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여행지 중엔 순천-여수가 있다. 나는 한 번도 순천-여수로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매년 두 번 나는 순천과 여수에 갔다. 할머니, 외할머니댁이 순천-여수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순천-여수로 가족 여행을 가고 싶은데 가자고 하면 할머니, 외할머니댁에 가자고 할까 봐 못 가겠어. 그게 너무 아쉬워.'
먼저 어디 가자는 말을 잘 안 하던 아빠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렸는지 먼저 10월에 있는 친가 제사 때 내려간 김에 1박 2일로 방을 따로 잡고 짧은 여행을 하고 오자고 했다.
그렇게 경주 여행 이후 빠른 시일 내에 또다시 가족 여행이 잡혔다. 다녀온 뒤 언니한테 '여행'으로 블로그에 글을 쓸 거라고 하니 과연 그것을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 말에 공감이 되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또 하나의 추억이 생겼는데!
순천-여수를 가는 길은 늘 멀다. 그렇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을 아주 잘 느끼고 있는 요즘, 예전에 비해 그 시간이 정말 많이 단축됐다는 것을 느낀다.
추억 팔이를 하고 싶으나 그러면 글이 길어질 것 같아 패스! 오가는 길이 정말 길어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나름 그때의 추억을 꺼내며 얘기하는 그 시간이 즐겁기도 하다.
제사가 끝나고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큰집 고모님들과 언니랑 내려가는데 고모님들이 손에 쥐어주셨다. 내려가는 길에 밤이 참 많았는데 그거 보면서 내려가는 재미가 있었다ㅎㅎ
숙소 체크 아웃 시간이 애매해 할머니댁에서 언제 출발하지 고민하던 중 장례가 터졌고 빈소가 여수 쪽이라 엄마, 아빠는 장례식장으로 갔고 우리는 맥도날드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후 숙소로 가나 싶었는데 병원에 계신 줄 알았던 외할머니가 퇴원하셨다고 하셔서 또 외할머니를 뵈러 갔고 외숙모가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하셔서 결국 여행 첫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ㅎㅎ
게장이 먹고 싶었는데 여수 사는 사람들은 그런 거 안 먹는다는 외숙모가 사주신 갈비를 아주 맛있게 먹고 왔다!
🏠숙소: 더 캐슬 (에어비앤비/호스트-여수 웅천)🏠
순천 쪽에 숙소를 잡으려고 했는데 5명이 들어갈만한 좋은 숙소가 없어 여수 쪽으로 숙소를 찾아봤다. 위치는 안 보고 내부와 시설만 보고 예약한 곳이었는데 아빠한테 주소를 알려주고 보니 외가 쪽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ㅎ
예약할 때 5인으로 예약을 했는데 한 명이 덮을 침구가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호스트에게 연락을 하려다가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냥 내버려 두었고 그것 빼고는 모두가 나름 만족했던 숙소였다.
입이 심심하기도 하고 산책을 하고 싶어 언니, 동생과 함께 숙소를 나섰다. 완벽한 오션뷰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조금만 걸어서 나가면 바다가 있었고 산책길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걷고 싶어서 앞쪽까지 갔다가 밤이라 어둡고 바닷바람이 차서 편의점에서 먹을 것만 사고 숙소로 돌아갔다.
따뜻한 물로 씻고 침대에 눕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고 여수에 와서 처음으로 다른 곳에서 자는 거라 신기하기도 했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나름 괜찮은 숙소였던지라 앞으로 시골에 오게 되면 앞으로 외가댁에 갈 때는 따로 방을 잡자는 말도 나왔다.
숙소에서 내다본 아침 뷰! 애석하게도 전 날에는 날이 좋았는데 놀러 가는 날엔 비가 내렸다. 가려던 곳이 모두 외부여서 당황스러웠다.
모두가 꿀잠을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체크아웃 10분 전에 숙소를 나섰다. 순천-여수 여행을 계획하며 찾아놓은 식당이 무색하게 아빠 친구분이 하는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꼬막집인 줄 알았던 아빠 친구분의 가게는 게장 가게였고 먹고 싶었던 게장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날 것을 안 먹는 엄마와 언니는 제육볶음을 시켰다.
맛있게 먹긴 했지만 전라도의 짠맛을 찐하게 느낄 수 있는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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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 꼭 가고 싶었던 곳은 순천만습지와 순천만 국가정원이었다.
순천만습지는 일하러 한번 간 적이 있는데 일로 갔던지라 구경을 많이 못한 게 너무 아쉬워서 꼭 다시 가고 싶었던 곳이었고 순천만 국가정원은 순천만습지에 가면 꼭 순천만 국가정원도 같이 가라고 해서 이번 여행 때 꼭 가자고 했었다.
그랬는데,, 가족 모두 피곤하기도 했고 비도 애매하게 계속 오고 있던지라 그냥 집에 가자는 얘기가 차 안에서 오갔다.
언니가 '괜히 숙소에 돈만 쓴 사람 됐네'라는 말을 해서 웃는데 엄마가 그래도 왔으면 하나라도 보러 가자고 해서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향했고 마지막에 지치긴 했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다.
|순천만 국가정원 (입장료 8,000원)
구름이 많고 날이 흐리긴 했지만 다행히 들어가기 전에 비가 그쳐서 우산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우리 외에도 가족 단위가 많이 보였고 산책을 온 아이들도 보였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가 좋아할 만한 장소가 많았고 그 옆에 마련된 미로도 재밌었다.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는 엄마가 귀여우면서도 웃겼달까.
국가정원엔 오를 수 있는 언덕이 많이 있었고 별로 안 높다고 생각한 곳들이 너무 높아서 2개만 올라가고 더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그래도 점점 게는 날씨에 위에서 올려다본 국가정원은 아주 시원하니 좋았다.
그렇게 많이 돌아다닌 것 같지 않은데 다들 지쳐서 잠깐 이곳에 앉아 쉬다가 안 가본 곳으로 또 걸어갔다. 엄마 빼고 점점 다 지쳐가기 시작해 이제는 돌아가고 싶었으나 엄마는 더 보길 원했고 '그래,, 엄마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보고 싶은 거 다 봐!' 하는 마음으로 어찌저찌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었다.
순천만 국가정원에는 스카이큐브라는 것도 있는데 비가 와서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언니가 타고 싶었으나 타지 못해 아쉬워해 다음에 다시 와서 꼭 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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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완전한 가족 여행을 보내지 못했지만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름 여행지로 나오는 곳은 시골에 왔을 때 다 가봤구나를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마냥 아쉽지만은 않은 여행이었고 어쨌든 여행이라는 명분으로 1박 2일은 있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앞으로 매 명절이나 시골에 가게 된다면 그때 새로 생긴 곳들이나 가보지 못한 곳에 조금씩 가봐야지.
애매한 가족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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