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구교환'님을 좋아한다. 그래서 요즘 그의 필모를 훑고 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그의 필모인 '아득히 먼 춤'을 보기로 한다.
2016년 방영한 KBS 단편 드라마 '아득히 먼 춤' 75분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몰입해서 보게 만든 작품이다. 드라마가 끝나갈 때 즈음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왜? 나 왜 울지? 스스로 질문을 해봐도 '모르겠어'라는 대답만 나왔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다.
드라마가 끝나고 잠에 들 때까지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그리고 혼자 이런 의미지 않을까? 아님 저런 의미일까? 나름의 해석을 해봤고 내가 틀릴 수도 있겠지만 이 생각들을 정리해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다른 분들의 해석은 찾아보지 않았다. 내가 느꼈던 것들만 남기고 싶었으니까. 아마 이 글을 마무리한 후 해석을 찾아보지 않을까?
현재 내 글쓰기 실력이 탁월하지 않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잘 써 내려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실제로도 계속해서 수정하고 수정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잘 정리된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앞으로 나올 내용은 드라마에 대한 스포가 될 것이다. 스포를 보기 싫으신 분들은 이 드라마를 꼭 한 번 보길 바란다. 이 드라마를 이해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못하다는 대답을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좋은 작품인 것은 확신한다.
드라마 속 모든 순간의 파랑이를 좋아한다. 정말 많이 좋아한다. 이 마음이 파랑이에게 닿기를 바라며.
드라마 '아득히 먼 춤'은 웨이브와 왓챠에서 볼 수 있다.
동료의 유작으로 연극 공연을 준비하는 극작가의 휴먼 드라마
'아득히 먼 춤'을 한 줄로 설명한 내용이다.
최현은 극작 전공 연극학도이며 연출 신파랑과 연영과 내 콤비로 통한다.
이 콤비는 또 한 번 <로봇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연극을 준비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잦은 부딪힘이 생긴다.
최현은 신파랑의 결말이 이해 안 된다고 한다.. 신파랑의 왜 이해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신파랑은 연극을 위해 어떠한 짓도 한다. 최현은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신파랑은 '연극을 하고 싶다'가 아닌 '해야만 한다'라고 말을 한다. 최현은 그 또한 이해 못했던 것 같다.
드라마는 최현의 이야기와 <로봇의 죽음> 내용이 번갈아 나오게 된다.
<로봇의 죽음> 안에서 인간은 멸종되었다. 그리고 태양열에 의지에 살아가는 로봇들만 남았다. 그러나 태양의 불씨는 점점 꺼져가고 로봇들은 점점 잃어가는 배터리 속에서 미쳐가기 시작한다. 소장 안드로이드를 제외하고선. 소장 안드로이드는 마지막 인류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과장과 팀장은 소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불법으로 인간을 연구해온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죽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갔어. 어떻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정확한 워딩이 아닐 수 있다)
소장은 마지막 인류를 만나러 간다. 과연 그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그 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최현은 졸업을 위해 신파랑과 함께 작업한 신파랑의 유작 <로봇의 죽음>을 어떠한 이유(보면서 헛웃음이 나왔던 부분이었고 굉장히 불편했던 부분이라서 별도로 언급하진 않겠다.)로 학교에서 올리게 된다. 최현은 신파랑의 결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엔 본인이 원하는 대로 결말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공연 날짜가 다가올 때까지 결말을 맺지 못한다.
신파랑의 생전에도 최현은 신파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신파랑의 죽음 후에도 최현은 신파랑을 이해하지 못한다. 파랑이가 현이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날까?"
그럴 때마다 현이는 "아니요"라고 대답을 했다.
의도치 않게 최현은 신파랑의 집을 정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보려 하지 않았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파랑이의 삶을 보게 되고 그의 말들을 떠올리게 된다. 농담이라 생각했던 말들이 진실이었고 결국 그곳에서 최현은 답을 얻게 된다. 극을 완성하게 된다. 파랑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최현이 파랑이를 이해하려 하기 시작하면서 답을 얻게 된다.
왜 굳이 최현의 이야기와 <로봇의 죽음>을 번갈아 보여줬을까 생각해봤을 때 어쩌면 마지막 인류는 신파랑, 그 인류를 찾아가는 안드로이드는 최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안드로이드는 마지막 인류에게 세 개의 질문을 했고 돌아온 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 답을 행동으로 옮긴다. 이해하지 못해서 그 답대로 행동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서 그 답대로 행동을 한다.
신파랑은 유서를 남기지 않고 자살했다. 그렇지만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파랑이가 했던 말들이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왜 다 날 떠나는 거야
이해하기 싫은 거 아니고?
이제 내가 무슨 소리를 하든 듣기 싫은 거 아니고?
<로봇의 죽음>을 시작할 때의 파랑이의 눈은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그 빛은 연극이 끝나갈 때쯤 서서히 꺼져간다. 파랑이의 삶이 꺼져간다.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날까?
나는 난다고 생각해. 언젠가는 닿을 거라고 생각해. 누군가는 꼭 들어줄 거라고 생각해.
춤추자. 닿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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