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4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다 (스포ㅇ)

by 오오! 2021. 10. 18.
728x90

2001년에 개봉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가 무려 20년 만에 4K로 리마스터링 되어 개봉했다.

리마스터링을 잘못 보고 다시 찍었다는 줄 알고 보러 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후기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 감독 : 정재은 감독 | 주연 : 배두나, 이요원, 옥지영 배우

출처 : 씨네큐브

짧은 후기

5명의 친구가 있다. 학창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20살이 되어 사회라는 야생으로 던져진다. 누군가는 꿈을 찾아가고 누군가는 대학을 가고 누군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는 나이 20살. 19살 학생에서 20살 성인이 된 5명의 친구들의 이야기.

 

영화는 좋았다. 그렇지만 현재 내 상황에서, 이 시점에서는 이 영화를 본 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직도 왜 영화 제목이 '고양이를 부탁해'인지는 모르겠다.

 

줄거리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혜주(이요원)와 가부장적인 아빠의 가게에서 일하는 태희(배두나),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에 살면서 열심히 일자리를 구하지만 구해지지 않는 지영(옥지영)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혜주를 보면서 내내 든 생각은 '말을 왜 저렇게 할까..', '어떻게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왜 저렇게 행동할까..' = 한마디로 재수없다..

지영을 보면서 든 생각은 '진짜.. 힘들겠다..', '많이 참았네', '왜 저렇게 답답할까..' = 안쓰럽고 답답하지만 이해가 돼.

태희를 보면서 든 생각은 '왜 저렇게 열심일까?', '하긴 나도 저랬었지', '저 시대에 나올 수 없는 성격이네' = ... 닮고싶다.

 

혜주의 모든 말과 행동에는 '나는 공주, 너넨 다 내가 하자는 대로 해야 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게 맞아'라는 생각이 기본 베이스로 깔려있다고 느꼈다. '저런 성격을 받아주는 친구들이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친구들 중 유일하게 취직한 사람, 이것만으로도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친구들 중에선 우위겠지만 회사에선 가장 낮은 사람. 혜주가 느꼈던 감정을 20대 초 알바를 하면서 느꼈던 적이 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혜주는 극의 마지막에서야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이해했다기보다는 20대 초 내 모습이 보여서인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혜주는 역시 재수없어.

 

지영은 안쓰럽다.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집안 환경과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따라주지 않는 사회. 그 사이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지켜내는 친구. 계속해서 노력하고 바꿔보려 하지만 무시받는 청년의 상황을 가장 잘 담아낸 친구가 아닐까. 집이 무너질 것 같다고 계속해서 건의한다. 그럼에도 들어주지 않는다. 이사 갈 여건도 되지 않는다. 결국 그 집은 무너졌다. 무너진 집을 보면서 지영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쩌면 같이 무너지지 않았을까. 집이 무너짐으로 인해 함께 살고 있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는다. 그게 참 웃겼다. 지영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경찰서에 갔으며 왜 살인자 취급을 받았을까. 당연한 수순이라고 한다. 대답만 잘했으면 금방 풀려났을 거라고. 그렇지만 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너무 답답했는데 지영을 찾아온 태희에게 지영은 말한다.

'나가도 갈 곳도 없잖아.' 이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담겨있어 순간 말을 잃었던 것 같다.

 

728x90

 

혜주와 지영은 자주 부딪힌다. 혜주의 말투에 지영에 대한 무시와 측은함이 담겨있고 지영은 그것을 싫어한다. 나도 혜주가 지영에게 말하는 부분들은 굉장히 별로였다. 어쩌면 나는 지영에게 이입했던 게 아닐까. 답답하면서도 이해할 수밖에 없는 지영에게.

 

그리고 5명의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태희는 지영과 혜주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 학창 시절 함께했던 친구들과의 연을 이어가고자 노력하는 태희. 지영과 혜주 사이에서도 열심히 그들의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태희는 알았을 것이다. 그것은 어렵다는 걸. 가부장적인 집, 막무가내인 아빠가 있는 집, 그곳에서 시대에 맞지 않게 진취적으로 살아가려 하는 태희는 결국 집을 나선다. 인상 깊었던 것은 가족사진에서 본인을 도려내고 나갔다는 것. 별거 아닌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태희의 가출은 일시적인 반항이 아닌 태희의 굳은 다짐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짐을 싼 태희가 어디로 갈지 궁금했다. 은연 중에 '저러다 금방 집에 돌아가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돈이 있더라도 집을 구할 만큼은 아닐테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결국엔 돌아가겠지 그게 현실이겠지 혼자 단정지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현실에 갇혀있는 건 나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태희의 발이 향한 곳은 지영이가 있는 곳. 구취소(?)를 나온 지영은 한가득 짐을 들고 본인은 기다리는 태희를 바라본다. 함께 가자는 태희에게 '어디로 갈건데'라고 묻는 지영. 그리고 둘은 무작정 떠난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친구들과의 연을 계속해서 이어가려 했던 태희의 선택은 결국 지영이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괜히 봤네'하며 후회했다. 영화가 안 좋아서가 아니라 내 현실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이 나와서. 영화를 보면서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 같아.'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면 말 다했지 뭐. 그래도 마지막에 정말 본인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가족을 뒤로하고 친구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떠난 태희를 보면서 깨달은 것들도 있었다.

 

하고 싶은게 있다. 너무 이상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것만 보고 달려가기엔 너무 불안정하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태희는 그것을 실천했다. 그래서 나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이든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용을 알고 다시 영화 보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때 그 시점엔 '고양이를 부탁해'를 선택하진 않았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엔 마음이 많이 불편했기 때문에. 외면하고 있던 현실을 봤기 때문이겠지.

 

음,, 이 글을 보고도 볼 마음이 생긴다면 보길 바란다.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는 '나는 이랬어, 그 영화를 볼지 말지는 너의 선택이야'라고 말한다. 각자의 상황은 다르고 그렇기에 느끼는 바도 다를테니.

 

20년 후 재개봉 기념 특전으로 배지를 줬다. 선착순이라서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상영 끝나고 나가는 길에 받았다. 20년 전 배우 배두나는 너무 귀엽다ㅋㅋ

출처 : 내가 찍음

끝.

 

 

 

 

728x90

댓글